[창작의 방]
제1화 매화가 핀 날, 피가 흘렀다
바티루2025.11.02조회 15
매화가 피는 계절은, 언제나 피 냄새와 함께였다. 산 아래 촌락에 피어오른 연기는 밥 짓는 연기 같았으나, 가까이 가보면 타는 살 냄새였다. 그리고 그 연기 사이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청년의 이름은 운현(雲玄). 스승도, 문파도, 혈연도 없이 자라난 고아였다. 그의 등에 맺힌 피는 남의 것이 아니라, 자신이 베어낸 원수의 것이었다. “이놈이 매화검객이라더냐?” 피투성이 옷을 걸친 무인이 웃었다. “이름값치곤 너무 젊구나.” 운현은 대답 대신 검을 빼들었다. 검끝이 울리며 매화잎 하나가 반으로 갈라졌다. “이 검은 이름이 없다.” “허허, 이름도 없는 검이라. 그럼 넌 뭐냐?” “이제 막 이름을 얻으려는 자다.” 피가 떨어졌다. 첫 검이 나가자 세 명이 동시에 쓰러졌다. 피 안에서 매화꽃잎이 흩날렸다. 누군가 그 장면을 보았다면, 틀림없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매화는 피로 물들어야 진짜 꽃을 피운다.” 운현은 검을 거두며 속삭였다. “스승님… 당신이 남긴 마지막 말,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그의 눈앞엔 스승의 무덤이 있었다. 그 무덤 위에 피어난 매화 한 송이, 그 아래엔 백 년 전 멸문당한 ‘청매문(靑梅門)’의 검서가 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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